다시 쓰는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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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주례사
  • 정관소식
  • 승인 2021.03.02 16:26
  • 조회수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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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듯 주례사도 변해야 =

 

 며칠 전 주례를 섰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동료가 아들 결혼을 앞두고 주례부탁해 왔기 때문이다. 현직에 근무할 때 서너 번 주례를 본적은 있지만 퇴직 후는 처음이어서 잠시 멈칫했다. 주례 요청을 받는 순간, 과연 주례로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 왔는지 되돌아보게 되었고, 경상도 사투리의 눌변으로 다양한 계층의 하객 앞에서 주례사를 해야 하는 부담감과 신랑·신부에금과옥조가 되는 덕담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현직에 근무할 때는 출장·회의 등 바쁘다는 핑계로 주례부탁을 사양한 적이 더러 있었지만, 퇴직 후 각종 모임에 나가면가진 게 시간밖에 없다며 떵떵거리며(?) 다녔던 터라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구나 신랑·신부는 후배 공무원으로서 근무지가 본인의 마지막 근무지여서 더더욱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돌이켜보면 종전 주례 때는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에게 효도하라,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라, 부부간에 일심동체가 되어 화목하게 지내라가 주례의 핵심을 이루었다. 여느 결혼 예식장에서나 듣는, 틀에 박힌 평범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하객으로 참석하여 수없이 들어 시큰둥하게 여겼던 주례사를 장본인이 되어서도 판박이처늘어놓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사실 요즘 결혼식은 주례 없결혼식도 많고, 양한 이벤트를 하기 위하여 주례사를 간단히 하는 경우도 많. 긴 주례사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간결하면서도 오래토록 기억될 좋은 메시지가 없을까하고 며칠을 고민했.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덕담은 인생선배로서 한 가지, 공무원선배로서 한 가지 등 두 가지만 간단하게 하고, 축시(祝詩)를 낭송하는 것으로 골격을 잡았다.

 

 먼저 인생선배로서는 서로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라는 것이었. 이 지구상에는 약78억 명이라는 인간이 살고 있지만 똑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외모가 다르고, 음색이 다르고,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르다. 다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가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 저 사람 입장에서는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한 발짝만 물러서서 바라보라. 역지사지(易地)의 태도가 필요하. 서로의 처를 바꾸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기의 편견을 버릴 수 있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분명 다툼이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사이가 될 것이라는 요지였다.

 

 다음, 공무원선배로서는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이었다. 오늘의 신랑·신부앞으로 직장인으로서 30여 년은 더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뜻밖의 부서로 발령이 나고, 때로는 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담당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는 불평불만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여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받지말라고 주문했다. 옛말에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 언제라도 해야 한다면 지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추진하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분명 칭송받는 공직자가 될 것이라는 요지였다.

 

 그런 연후에 황봉학 시인의연리지(連理枝)”라는 축시를 낭송했다. 연리지는 서로 다른 나무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나무를 말하며, 화목한 부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에 오늘의 신랑신부가 이 연리지처럼 살아가라는 의미에서 이 시를 선정하게 되었다는 배경설명을 덧붙인 후 낭송하였다. 그런 후 함양군 상림공원의 연리지 사진과 축시를 함께 액자에 새겨 신혼부부에게 주었더니 장내는 의외의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아마도 결혼식장에서 주례가 축시를 낭송하는 경우는 흔않기에 이색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시는 가장 짧은 문장으장 긴 울림을 주는 문학 장르로 함축과 생략, 비유와 상징의 묘미가 살아 있기에 그 어떤 주례의 덕담보다도 가슴에 와 닿았으리라 싶기도 하다.

 

 요즈음 결혼식은 사모관대를 착용한 전통혼례와 같은 엄숙한 분위기보다는 축제혼례로 바뀌고 있다. 행사 장소도 야외나 공연장, 영화관, 카페 등을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진행도 이런 분위기와 장소에 걸맞게 변화되어가는 추세다. 신랑신부 우인들의 축가는 약방의 감초처들어있으며, 심지어 결혼 당사자도 반려자위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요즈음 젊은이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지, 결혼 당사자는 인생에 한 번 치르는 결혼식인 만큼 축제로 승화시켜 영원토록 기억될 멋진 행사로 치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에 주례사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다시 쓰거나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결혼식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지 자못 궁금하다.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부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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