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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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십니까?
  • 정관소식
  • 승인 2021.12.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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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지금 하는 일이나 만나는 사람에게서 찾아야 -

  퇴직 후 여가 선용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이 갈맷길이다. 부산은 바다와 강, 산, 온천 등을 두루 누릴 수 있는 사포지향(四抱之鄕)의 환경친화도시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의 ‘집콕’에서 오는 ‘코로나 블루’와 도심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는 그저 그만인 곳이다. 갈맷길을 나갈 때 잊지 않고 배낭 속에 꼭 챙겨가는 것이 있다. 김밥 두 줄과 막걸리 한 병이다. 비취색 바다를 바라보며 자박자박 갈맷길을 걸은 후 점심이나 간식으로 이들을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이들과 교통비를 포함해도 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 만원으로 이만한 즐거움과 행복을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이러한 즐거움을 침이 마르도록 친구들에게 늘어놓았더니 어느새‘만행(만원의 행복)’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추구하는 게 있다면 아마‘행복’일 것이다. 행복은‘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함’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우리는 생활에서 행복을 찾기보다는 그 이상의 무엇을 추구하고자 끊임없는 욕심을 부린다. 누구는 명예와 권력을, 누구는 재력을, 누구는 출중한 외모를, 누구는 명석한 두뇌를 갖기를 바라며 동분서주로 뛰어다닌다. 인간의 욕심은 끝없이 늘어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타인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행복은 점점 멀어지고, 불행과는 가까워진다. 사람들이 불행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나은 처지의 사람들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미숙아로 태어난 사람들, 한 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 등 수많은 사람들 역시 우리들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민족은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되자마자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 전쟁 이후 보릿고개를 넘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고 허리띠를 졸라 맨 결과 선진국 문턱으로 일컬어지는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도달하여 세계 무역 규모 9위에 오를 만큼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다. 또한 정치적인 상황도 군사 독재를 넘어 더 공정하고 더 자율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온갖 희생과 노력을 다한 결과 민주적인 정치체제를 갖췄다. 예전에 비해 외부 조건은 확실히 나아졌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아직은 아니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가 이를 잘 반증해준다. 이 보고서는 각 나라별 1000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갤럽의 월드 폴(World Poll)을 바탕으로 구매력 기준 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선택의 자유, 아량, 부정부패 등 6가지 변수를 고려하여 평가하는 보고서인데, 2020년 평가결과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8점으로 61위였다. 1위는 7.8점을 얻은 핀란드였고, 가장 불행한 나라로 꼽힌 곳은 2.5점의 아프가니스탄이었다. 또 우리를 당혹케 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자살률 1위’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종전보다 생활환경이 좋아지고, 먹거리가 많아지는 등 풍요로워지면,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 지수가 높아져야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왜 그럴까? 현대에 들어 자살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행복은 우리가 갖는 기대치에 좌우된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 기대가 충족되면 행복하다 느끼고,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면 불행하다 여긴다. 따라서 인간의 행복이란 얼마나 재력 등을 소유하고 있는가와 쾌적한 주변생활 환경과 같은 객관적인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우리가 가지는 기대치와 같은 주관적인 요인도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하는가.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러므로 행복은 바로 지금 내가하는 일이나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어제는 부도난 수표이고, 내일은 약속어음이며, 오늘은 준비된 현금이라는 말도 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행복은 결코 남이 부러워하는 강력한 한 방이 아니다. 스스로 정한 인생의 원칙을 묵묵히 지켜 나가는 삶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즉 행복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조건에 만족함과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러니 각자의 명답을 찾아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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