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인생
상태바
숫자 인생
  • 정관소식
  • 승인 2021.07.02 18:05
  • 조회수 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표나 방향 설정 때 구체적 숫자로 제시하면 시행착오 덜 겪어=

  우리는 숫자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사주와 주민등록번호, 주소, 학번 및 군번, 전화번호, 차량번호, 통장번호, 신용카드번호, 각종 면허증 번호, 라디오와 TV의 채널번호, 현관문을 비롯한 각종 비밀번호 등 끝없는 숫자에 둘러싸여 지낸다. 어디 그 뿐인가? ‘몇 시에 일어나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밥 먹고 출근하며, 몇 시에 귀가하는 지’ 등 하루 일과가 모두 숫자로 이뤄진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실로 숫자 체계와 평생을 함께 지내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특정한 숫자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만물은 수(數)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1’은 태양, 자연, 탄생 등을 의미하고, ‘2’는 달, 무질서, 불행 등을 상징한다고 했다. 또 1이 신(神)의 수라면 2는 악마의 수라고 믿었다. ‘3’은 신의 수 1과 악마의 수 2를 합한 수이기 때문에 ‘완전한 수’를 뜻한다고 보았다. ‘10’은 처음 나오는 네 자연수를 합한 수(1 + 2 + 3 + 4 = 10)이면서, 법과 질서, 지배를 뜻한다고 했다. 또 홀수는 빛, 질서, 행복, 오른쪽, 직선을 의미하고, 짝수는 어둠, 악, 왼쪽, 곡선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고대 그리스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줄 때에도 홀수로 주었고, 기도나 주문을 외울 때에도 항상 홀수로 했다고 한다.

  그럼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숫자는 무엇일까? 지금이야 서양문화의 영향으로 행운의 수라 불리는 7이 인기가 있지만, 선조들은 3이라는 숫자를 가장 좋아했다. 단군신화가 대표적이다. 단군신화에서 환웅(桓雄)은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보다가 천부인(天符印) 3가지를 가지고 3,000의 무리를 대동하고 내려온다. 그리고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의 3신과 더불어 360가지 일을 주관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는 환인(桓因)·환웅(桓雄)·단군(檀君)이라는 삼신(三神)의 구조로 되어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절에 가면 부처님께는 3배(三拜)를 올리고, 향(香)도 원칙적으로 3개를 피우며, 축원할 때도 3번 이름을 불러준다. 또 진언(眞言)도 3번 외우고, 탑도 3층 석탑이 기본이고, 탑돌이도 3번을 돈다. 이외에도 삼존불을 모시고, 북은 3번치며, 기도는 3·7일을 권장하고, 신심을 증장하기 위해서는 3천배를 올리기도 한다.

  이웃인 중국인은 8을 좋아하고, 일본인은 7과 8을 좋아한다. 중국인이 8을 좋아하는 이유는 8은‘돈을 벌다의 파(發 fa)’와 발음과 같기 때문인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개최했을 정도로 중국에서 숫자 8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7은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8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그런데 3국은 공교롭게도 4라는 숫자는 불길한 숫자로 여긴다. 그것은 중국의 한자문화 영향을 받아 4가 죽음을 의미하는 한자의 사(死)와 음이 같기 때문이다.

  세계 양대 종교로 불리는 불교와 기독교의 불경과 성경에도 숫자의 상징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불교의 교의 가운데 어떠한 숫자로 이루어진 것을 법수(法數)라 하는데, 삼계(三界)·삼보(三寶)·사체(四諦)·오온(五蘊)·육도(六道)·십이연기(十二緣起)·백팔번뇌(百八煩惱) 등을 말한다. 성경에서 1은 하느님 한 분이시며 시작이신 분을 의미하고, 2는 세상이 빛과 어둠으로 나뉘고, 인간이 남녀 둘로 나뉘어 창조됨을 의미한다. 3은 예수님의 부활, 성삼위(聖三位), 삼중성(三重星), 성가정(聖家庭), 십자가(十字架) 등을 의미한다.

  우리 생활 속의 캠페인이나 건배사, 좌우명, 속담 등에도 다양하게 숫자를 활용하고 있다. 안전속도 5030, 생활체육 7330, 치매예방 333법칙, 올바른 양치질 333법칙, 1830 손 씻기 운동 등은 캠페인의 대표적 사례이고, 9988234, 119(한 가지 술로 1차에 9시까지), 112(한 가지 술로 1차에 2시간 동안) 등은 건배사의 대표적 사례이다. 일석이조, 일거양득, 삼삼오오, 사통팔당 등은 우리 속담에 들어있는 숫자들이다. 또 ‘남이 한 번 하면 나는 백 번 한다. 남이 열 번하면 나는 천 번한다.(공자)’·‘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다. 이는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뜻이다.(탈무드)’·‘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안중근)’라는 숫자가 들어간 좌우명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에게나 쉽게 어필하고,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게 하여 각인하는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거나 방향을 제시할 때 단순한 어휘로 표현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면 작심삼일과 같은 시행착오는 덜 겪는다. 이런 의미에서‘하루에 하나 이상 좋은 일을 하고, 열 번 이상 웃고, 백자 이상 쓰고, 천자 이상 읽고, 만보 이상 걷자’라는 의미를 내포한 “1일 일·십·백·천·만”을 생활신조로 삼는 것은 어떨까.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