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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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 정관소식
  • 승인 2020.10.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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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힘든 시기, 친절과 배려로 극복해야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배려다. 사람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은 12년 전인 2008년에 발간된 법정스님의 마지막 책 <아름다운 마무리>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라는 단편 속의 글귀이다. 사람은 물론 세상의 모든 존재를 따뜻하게 대할 때 이 세상은 한 공동체로서 원만하게 굴러간다는 뜻이리라. 처음 읽을 때에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집콕’생활이 길어지면서 다시 꺼내 읽으니 2010년에 입적하신 스님이 오늘날의 현실을 예견하시고 하신 말씀 같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생활리듬이 깨지는 아픔과 스트레스를 안겨준 고약한 바이러스와 힘든 싸움을 벌이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 국민이 ‘마스크 맨’이 되어 악전고투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하철 내에서 난동을 벌이거나, 탑승을 저지하는 대중교통 기사에게 폭언과 행패를 부리는 등 방역행동에 역행하는 돌출행동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다중집합장소 방문 자제, 손 씻기 등의 ‘코로나19 예방 국민행동 수칙’은 국민 개개인을 위한 조치이자, 이웃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국민행동 수칙은 공동체를 보호하자는 배려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이러한 배려는 선택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필수이다.

배려(配慮)는 ‘짝·아내 배(配)’에 ‘생각할 려(慮)’자를 쓴다. 사전적으로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으로 되어있다. 즉 배려는 소중한 내 짝을 대하듯, 내 아내를 대하듯 상대를 깊게 생각하여 대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배려의 객체이자, 주체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고 부족함도 있다. 그러므로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서로 배려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활동의 제약 등으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힘들어 하는 이 국면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절망해선 안 된다.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는 법이고, 아무리 어두운 밤도 결국 동이 트게 되어 있다. 우리 모두가 불편하고 사소하다고 생각하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과 마스크 착용 준수 등은 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는 가장 중요하고 빠른 방법이다. 국민행동 수칙 준수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서로를 아끼는 배려다.

이러한 배려는 공동체 생활 속에서 친절로 나타나게 된다. 친절은 다른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내재된 행동이다. 요즘처럼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코로나블루’를 앓고 있는 시대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아량과 자기 자신의 손해를 감내할 수 있는 마음과 태도가 필요하다. 서로가 신경이 날카로운 때에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는 자칫 더 큰 화를 자초한다.

우리는 평소 친절이란 말을 수없이 듣고, 쓴다. 그러나 친절이란 말은 깊이가 얕거나 가치가 낮은 형식적인 단어가 아니다. 옛 성현의 가르침도 친절을 강조하고 있다. 공자는 ‘모욕은 잊어버리고, 친절은 결코 잊지 말라’고 하였으며, 탈무드에는 ‘똑똑하기보다는 친절한 편이 낫다’고 설파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친절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며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들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고 했고, 독일의 철학자 괴테도 “친절은 사회를 움직이는 황금의 쇠사슬이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배려와 친절이야말로 인간관계를 가장 원만하게 하는 지름길이며, 나아가 이 사회를 따뜻하게 이끌어 가는 윤활유라 할 것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우리는 공동운명체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한 사람의 일탈행동은 우리 공동운명체를 더욱 더 깊은 터널로 몰아넣는다. 힘들 때 주고받는 배려와 친절은 생활의 활력소이자, 코로나19를 이기는 최고의 백신이다. 분명코 이 백신은 어둠속의 우리들을 빛의 세상으로 안내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받아왔다. 지금의 ‘K-방역’은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저변에는 국민들의 배려심이 깔려있다. 그러니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인 친절과 배려로 서로를 격려하며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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