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며
상태바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며
  • 정관소식
  • 승인 2020.01.08 09:57
  • 조회수 5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쥐띠 해를 맞아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아득한 옛날, 하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부여하고자 선발 기준으로 정월 초하룻날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동물부터 그 지위를 주겠노라고 공포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동물들은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맹훈련을 실시했다. 그 중에서도 덩치는 크나 몸짓이 느린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했다. 각 동물들의 이런 행위를 지켜보던 쥐는 자기는 덩치도 작고 보폭도 좁아 다른 동물보다 먼저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그 중 제일 열심인 소의 뿔에 붙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 다퉈 달렸다.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바로 그 순간 소뿔에 붙어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천상의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억울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이어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각각 도착하였다. 이것은 사람이 태어난 해를 상징하는 띠를 일컫는 오늘날의 십이지(十二支) 설화 중 하나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경(庚)은 십간(十干) 중 일곱째로 흰색을 뜻하고, 자(子)는 십이지(十二支) 중 첫째로 쥐를 뜻한다. 그래서 올해는 ‘흰 쥐띠 해’이다. 흰색은 빛을 상징하여 태양을 숭배하는 민족은 모두 흰색을 신성하게 여겼다. 또한 흰색은 순결, 청렴, 청결, 순수, 평화 등을 상징하며 우리 민족의 심성과 기질에 부합되어 배달민족의 대표 색으로도 일컬어지고 있다. 자(子)는 생명의 태동을 뜻하며 풍요로움과 자손의 증대를 뜻한다.

쥐는 눈 덮인 높은 산과 남극을 제외한 세계 각 지방에 분포하고 있으며, 포유류 중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는 종류로 약 220속 1,800종이 있다. 따라서 형태·구조·서식장소가 매우 다양하다. 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의식에는 쥐에 대한 이미지가 여러 가지 형태로 각인되어 있다. 집쥐는 음식물을 훔칠 뿐 아니라 오염시키며, 가스관과 전기 코드 등을 갉아 가스중독 사고나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 페스트·발진티푸스 등의 균을 옮겨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한다. 밭 쥐는 산림이나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준다.

하지만 집쥐와 밭 쥐는 덩치는 작아도 번식력이 왕성하여 예로부터 다산을 상징한다. 보통 1년에 6~7회 정도, 한배에 6~10마리의 새끼를 낳을 만큼 번식력이 엄청나며 생존력 또한 대단하다. 시각만 약할 뿐 촉각, 청각, 후각, 미각이 고루 발달하여 어떤 환경에도 빨리 적응하고 밤에도 활동을 잘 한다. 무엇이든 잘 갉아 먹는 앞니와 예민한 감각기관인 긴 수염 등을 통해 행동이 민첩하고 예지능력이 뛰어나 인간 이상의 생존력을 지녔다.

또한 쥐는 자연계로서의 존재 의의도 자못 크다. 지진이나 해일의 조짐이 있으면 쥐 떼가 이동하거나 선박 속에 있던 쥐들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등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쥐의 이러한 예지능력과 생존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활용하기도 한다. 바닷가나 섬 지역에서는 쥐의 이동을 보고 풍랑을 예측하여 안전대책을 세우기도 한다. 또한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쥐는 부지런하고 옹골진 생활력을 가진 존재로 여겨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먹을 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난다고들 한다.

쥐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피해도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예지능력이 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로서 다산과 풍요, 번영을 상징하는 동물이기에 쥐띠 해를 희망과 기회의 해로 여겨왔다. 그 해가 바로 올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들 앞의 현실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국제적으로는 미·중 무역 분쟁과 한·중 사드 갈등, 세계경제의 보호무역주의로의 심화, 중국경제의 급부상, 지지부진한 북·미 핵협상,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홍콩과 중동지역 등의 지정학적 사태 등이 겹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는 자유무역주의의 기치 아래 수출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로서는 대단한 장벽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다 국내적인 환경조차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사회 분열은 심각하고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전국대학교수협회는 세밑마다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2001년부터 선정해왔는데 2019년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조(共命鳥)는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죽을 수밖에 없는 ‘공동운명체’를 의미한다. 정치는 보수와 진보, 경제는 경영계와 노동계, 국토는 남과 북, 지역은 영남과 호남,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 광장은 태극기와 촛불로 분열된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말로 선정한 것이다.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급속한 고령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합계출산율이 1.0이하로 떨어져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어 해가 가면 갈수록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설비투자의 부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일자리 감소 등이 겹쳐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다가올 미래는 가치관과 기술이 급변하는 등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2020년을 맞이하여 비전을 세우고 다시 구두끈을 동여매야 할 시기다.

쥐는 몸집은 작지만 영리하고 재빠르며 부지런하다. 성실하며 저축성이 강하다. 인내심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다산과 풍요·번영을 상징하기도 한다. 2020년 쥐의 해를 맞아 쥐의 상징처럼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세계가 칭송하던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되살려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