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악성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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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악성 베토벤
  • 정관소식
  • 승인 2019.12.27 16:42
  • 조회수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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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심포니 지휘자 박부국의 음악 이야기 3

나는 강의 시간에 종종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모든 음악곡 가운데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가장 비중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곡 한 곡을 말해보라” 그러면 학생들의 대답은 대부분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지목한다. 왜 그럴까? 베토벤은 모두 9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였고 그중 제5번이 소위 ‘운명 교향곡’이라 별명 붙은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바로 그 곡이다. 현악 합주로 시작되는 박진감 넘치는 도입부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교향곡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동기가 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명 교향곡의 제1악장의 도입 부분만 기억하지 제2악장의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과 제3악장의 호른의 재치 있는 스케르쪼 제4악장의 힘찬 트럼펫의 주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들어볼 기회가 잘 없어서 그렇지 실제로 각 악장의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어본다면 누구나 충분한 감동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베토벤의 음악은 매우 독일적이다. 진지하고 무게가 있으며 폭발하는 환희 순간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격정적인 음악이다. 어느 순간도 지루하거나 의미 없는 부분이 없이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이는 베토벤의 초상화들에 나타난 그의 표정을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역사상 최고의 작곡가로 지목받는 고전음악의 완성자인 ‘베토벤’, 그는 왜 이토록 위대한 작곡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저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그랬던 걸까? 베토벤은 20대 후반부터 귓병을 앓기 시작했고 서서히 청력을 잃어갔다. 귓병의 원인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납 중독, 자기면역장애 등의 설이 있다. 작곡가에게 청력을 잃는다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40대가 되자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작곡을 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가능한 일이다. 물론 매우 어렵겠지만 가능했다.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나갈 때마다 어떤 소리가 날지 그 느낌은 어떨지 베토벤은 들어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청력이 있었을 때보다 완전히 들을 수 없었을 때 작곡한 곡들의 깊이와 영감이 더하다는 것이다. 말년에 작곡한 교향곡 제9번 합창은 대표적인 곡으로써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의 고뇌와 열정, 벅찬 감동과 거대한 구성을 갖춘 위대한 명곡이다. 이 곡의 오케스트라 총보를 보면 200페이지가 넘고 연주 시간도 무려 한 시간이 넘는 대곡을 어떻게 상상력만 가지고 작곡할 수 있을까?

귀머거리 베토벤은 교향곡뿐만 아니라 피아노 소나타를 비롯한 수많은 실내악곡과 가곡들, 협주곡, 서곡과 극음악을 작곡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악성 베에토벤이 청력을 잃지 않았다면 이렇게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청력을 잃었기에 더 깊고 넓은 음악의 세계에 심취할 수 있었고, 또 위대한 작품도 탄생될 수 있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주어지는 크고 작은 불행과 어려움이 우리를 더 위대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된다면 회피하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베토벤의 음악처럼 우리를 발전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베토벤은 훗날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 슈베르트와 만난 적이 있었다. 베토벤은 슈베르트가 작곡한 악보를 보고 감탄했고 이렇게 늦게 만난 것을 후회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자네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내 명은 이제 다 되었네. 슈베르트 자네는 분명 세상에 빛낼 수 있는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이네. 그러니 부디 용기를 잃지 말게”

부디 용기를 잃지 말게!

- JSO 정관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 박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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