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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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로 산다는 것
  • 정관소식
  • 승인 2019.12.27 10:53
  • 조회수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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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부도 일도 어중간히 하고, 농부도 선비도 아닌 누가 봐도 어중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칠순을 코앞에 두고 있고 늘 그랬듯이 어중간한 상태였으나, 이 나이까지 살다 보니 깨달은 것이 있어 그것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땀 흘려 살아보지 못했고 땀을 피했고, 더위를 피했고, 추위를 피해서 게으름을 피우다 칠순이 다 되어서야 이 한 몸 죽을 때까지 사계절을 몸 아끼지 않고 노력해서 이제는 얻는 대가로 살기로 하고 새벽부터 해 떨어질 때까지 시간을 천금같이 생각하고 노력하다 보니 작은 열매에 만족하고 지금은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 보람을 찾는 과정에 농민의 위대함에 놀라는 것들을 여기 적어보면 농사를 지을수록 곡식과 채소들이 자연계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세밀한 관찰력으로 알게 되었다. 모든 작물은 세균과 해충과 싸우고 수분과 영양분을 제때 공급받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문제를 돌봐주면서 작물이 산들산들 웃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생기를 얻게 되니 기쁘기가 그지없다.

해가 뜨는 즐거움과 해가 지는 섭섭함을 느끼기까지 내 몸이 농민의 몸으로 바뀌는 아픔이 있었다. 내 몸의 모든 근육이 힘이 생길 때면 아픔과 고단함과 정신적 인내력을 시험하는 듯했고 몇 개월로 안 되고 3년 정도 해도 때로는 근육이 아파졌고 뜨거운 태양과 흙먼지에 피부가 간질거리는 것도 이제는 면역이 생겼고 옛 농부들의 말씀으로 농민의 흙먼지를 피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농민의 모습으로 바뀌기까지 일할 때는 일 복장이 있어야 하고 그것도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것이 편하고 더럽혀져도 아깝지 않게 된다.

지난 세월 허송세월로 편하게 살아온 것이 인생을 정리할 때쯤 뉘우치면서 이왕 죽으면 섞어질 몸 잠시만이라도 헛되이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몸은 고단해도 수확의 보람이 있는 것을 경험했다. 아직 내 모습은 농민이 아닌 듯 보이지만 참농민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겠다. 이 글을 접하는 이중에도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분은 농민으로 산다는 것을 육체와 정신이 농민으로 단련될 때까지 인내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작물과 교감해야 하고 육체와 정신을 단련해야 하고 때로는 자연계에 순응해야 하고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순간 농민은 위대한 몸과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얻어지는 보람이고 지혜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내 젊을 때와 같이 쉬운 길을 가려고 하는데 어려운 길을 먼저 걸어 가봐야 길을 알듯이 인생도 그러할 것이라 본다. 어떤 이가 쉬우면 인생이 아니라고 했는데 내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한 번 왔다 가는 인생 사람마다 자기반성과 성찰로 거듭나면 좋겠다.

최상득(정관읍 예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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