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날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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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날에 부쳐
  • 정관소식
  • 승인 2022.11.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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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김치를 보존하기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혜를=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고 뭇사람들을 산야로 유혹하던 나무들도 어느 듯 찬바람을 맞아 벌거벗은 채 하늘을 이고 선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아련한 추억 하나가 시계바늘을 돌려놓는다. 겨울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되면 고향집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어머님과 형수님을 비롯한 동네 친척들이 삥 둘러앉아 김장을 담그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예전에 김장을 담그는 일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혼자서는 할 수없는‘대역사(?)’였다. 집집마다 최소한 2~3대가 어울려 사는 대가족이었기에 몇 백 포기씩 김장을 하곤 했다. 그래서 집집마다 순서를 정하여 돌아가며 품앗이 방식으로 서로서로 손을 모아 도왔다. 김장은 사실 준비 과정이 전부인 셈이다. 그만큼 김장 속에 들어갈 재료들을 만드는 일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이에 비하면 마지막 과정인 속 넣는 일은 수월한 편이었다. 어쨌든 여럿이 모여 힘든 일을 할 때는 걸쭉한 우스갯소리가 양념으로 곁들여져야 제격이다. 때로는 신세타령이나 콧노래도 곁들여야 힘 드는 줄 모르고 치러낼 수 있었다.

  우리는 거의 매일 끼니마다 김치를 먹는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김치의 종류만 서너 가지가 올라 올 때도 있다.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월동준비로 김장은 빠지지 않는다. 이젠 핵가족으로 인해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는 사 먹는 경우가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는 김장을 한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서 우리들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김치임에도 그 역사와 효능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김치하면 언뜻 생각나는 색깔은 빨간색이다. 김치 재료 중 가장 중요한 재료가 고추가 아닌가 싶다. 고추는 임진왜란 후에 일본에서 들어왔다. 고추를 넣기 전에는 초피가루를 넣어서 김치를 만들었는데, 초피가루는 가공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그런데 매운 것을 좋아했던 우리 국민은 고추가 들어오자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고추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김치다. 그러니 지금의 김치는 대략 1700년대 중반에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당시의 배추는 잎사귀에 힘이 없고, 옆으로 쳐져서 문제였다. 그러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잎사귀도 많고, 단단한 배추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김치가 나온 것은 약 120여년 정도밖에 안된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김치는 겨울 동안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식품이다. 비타민A, B, C가 모두 풍부하게 들어있어 우리 신체의 신진대사 등 다방면에 효능이 좋아 신경통이나 피로 회복에 아주 좋은 식품이다. 또 김치의 재료는 대부분 채소로 이루어져 있어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다른 음식보다 훨씬 높아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치의 성분 중에는 베타카로틴, 클로로필 등의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있어서 꾸준히 섭취하면 노화억제에도 효과가 있다. 그 외 김치는 아토피 피부염 완화에 효과가 있고, 항암식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으며, 풍부한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는 김치는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김치에도 부작용이 존재하는데, 김치는 대부분 염분이 많은 음식이어서 과다 섭취하면 나트륨으로 인해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마침 11월 22일은 김치산업의 진흥과 김치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제정된‘김치의 날’이다. 이 날이 김치의 날로 제정된 이유는 김치를 담글 때 최소한‘11가지 재료’가 사용되고, 면역력 증가·항산화 등‘22가지 효능’이 있기 때문에, 2020년 8월 12일 <김치산업 진흥법(2011년 제정)>을 개정·시행하면서 법정 기념일로 확정되었다. 헌데 우리의 김장문화는 이보다 훨씬 앞선 2013년 12월에‘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인‘김장문화’가 전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최근 우리의 김치는 미국, 러시아, 독일 등에서‘2021코리아 김치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등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서구 사회에 처음으로 알려진 김치는 오늘날‘미나리’·‘기생충’·‘오징어게임’·‘BTS’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의 유행에 힘입어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유례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김치는 본래 우리 땅에서만 나는 식자재로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젠 해외 식자재로 대체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변화다. 김치의 재료인 배추, 고추, 마늘 등은 봄부터 가을까지 모든 계절에 생산되었으나, 기후변화로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식탁을 위협하는 식자재의 생산량 감소와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중지를 모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때이다. 우리 것이 가장 소중한 것임을 잊지 말자.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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