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계절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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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계절을 맞이하며
  • 정관소식
  • 승인 2022.10.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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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계절을 맞아 지친 심신을 추슬러 삶의 활력 되찾기를=

  그 무덥던 여름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는지 차츰 꼬리를 내리고, 아침저녁으로 어느덧 가을을 느끼게 하는 신선한 바람이 분다. 일 년 내내 지금의 날씨와 같다면야 세상의 평화지수는 훨씬 올라가지 않을까. 날씨에 유달리 민감한 인간이기에 연약함이 더욱 와 닿는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가을이 집 뒤 숲속까지 내려왔다. 자박자박 걸으며 그 신선한 가을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싶어 옷깃을 여미고 마중을 나가본다.

  2년이 넘도록 코로나19 팬데믹에 발이 묶이고 코와 입마저 틀어 막혀 옴짝달싹도 못한 채, 열대야마저 견뎌야 하는 고통이 너무 컸기에 가을이 주는 공기야말로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이젠 훌훌 털고 대자연의 품에 마음껏 안기고 싶어진다. 여행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여행(旅行)이란 사전적으로는‘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로 정의된다. 즉‘자기 집을 떠나 객지에 가는 일’로 함축되는데, 바로 이동(移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동은 인류 태초부터 생존을 위한 본능적 행위였다. 삶을 위해 일상적으로 사냥과 채집, 유랑과 목축 활동, 물물교환 등을 영위하였고, 먼 곳으로는 탐사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생존을 위한 이동이었기에 옛날 어르신들은‘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했으리라. 오늘날에 비추어 보면 여행의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오늘날의 여행은 힐링의 개념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과 삶 속에서 지칠 때‘홀로 훌쩍 떠나고 싶다’,‘아무도 없는 곳에서 며칠간 푹 쉬고 싶다’,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떠나고 싶다’ 등의 말들을 종종 한다. 개미 쳇바퀴 도는 듯한 각박한 일상으로부터 일탈하고픈 욕망을 일으킨다. 갑갑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집과 일터를 떠나 평소 가보지 못하던 다른 지방이나 나라를 동경하며 가보고 싶어 한다.

  여행의 수단과 방법은 다양하다. 여행이란 사고방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집 앞을 나가도 새로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바로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참뜻은 고리타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레저, 위락, 친목, 답사, 관람, 레포츠 참가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함으로써 우리의 생활에 활력을 준다. 그래서‘열심히 일한 자 여행을 떠나라’고 했으리라. 안데르센은‘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라고 설파했고, 중국 속담에는 ‘자식에게 만 권의 책을 사주는 것보다 만 리(里)의 여행을 시키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했으며, 서양 속담에는‘친구를 알고자 하거든 사흘만 같이 여행을 하라’고 할 정도로 여행의 유익함을 갈파하고 있다.

  여행과 유사한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관광(觀光)’이다. 사전적 정의로는‘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으로 되어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관광이란 용어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기록에 의하면 동양에서 최초로 관광이란 용어가 사용된 것은 B.C 8세기 전 중국 주나라 역경(易經) 속의‘관국지광(觀國之光)’에서 유래했다. 이때의 의미는 관광을 한 나라(國)의 빛(光) 즉, 다른 나라의 발전상을 보고 견문을 높이기 위해 정책, 제도, 문물, 풍습 등을 유람하며 관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굳이 여행과 관광을 이렇게 나눠서 설명하는 이유는, 일반인은 은연 중 여행은 좋은 것이고, 관광은 하찮은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의 밑바탕에는 내로남불 현상이랄까,‘나는 여행객이고 너는 관광객이다.’라는 의식이 깔려 있기도 하다. 아마도 관광이라는 용어가 하찮게 여겨지는 것은 소위‘묻지마 관광’등이 한때 유행하면서 빚은 왜곡현상이리라.

  오늘날 여행과 관광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지만, 굳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다면, 공통점은‘집을 떠나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고, 차이점으로는 여행은 일상생활을 벗어나는‘이동(移動)’을 특징으로 삼아‘목적이나 동기’를 전제로 하지 않으나, 관광은‘위락(慰樂)’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울긋불긋한 단풍이 유독 아름다운 시간. 자연이 가진 저마다의 색이 더욱 짙어지는 계절.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여행의 계절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일상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새로운 활력충전을 위하여 여행배낭을 새로이 동여매지 않으시겠는가.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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