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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습니다
  • 정관소식
  • 승인 2022.08.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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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주도의 놀이·여가 문화 축제 「1318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 6년 전 어떻게 지역 유일의 청소년 축제가 생겼는지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솔직히 말하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다 보면 왜곡된 결과일지 몰라도 잔상을 붙잡고 답한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서 했고, 어른들이 지지해줘서 할 수 있었어요”

  기장군은 2016년 지방자치단체 청소년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과정에 주체적으로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장군청소년참여위원회를 발족했다. 당시 비평준화 학교장전형고 장안제일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학교를 벗어나고 싶었다.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과 치열한 경쟁에 자격지심으로 얼룩진 나는 알을 깨고 나가고 싶었다. 알을 깨고 나가고 싶다는 표현도 솔직하지 못하다. 나는 소위 ‘아웃사이더’였다. 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했다는 별 중요하지 않은 결과에만 집착했던 나는 충격적인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보잘것없는 행태로 나약해졌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열심히 사는 척했지만 속은 곪아 썩었다.

  그냥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의 자아를 긍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장군청소년참여위원회에 지원했다. 당시 지원한 청소년 중 나이가 가장 많고, 여러 요인 등으로 발대식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많은 위원이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지원한 덕에 지역과 정책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많았다. 열정이 넘치고 아이들이 한다는 일은 뭐든지 지원하고자 했던 담당 주무관님과 선생님이 있었고, 우당탕 「1318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은 할로윈 주제로 10월 정관어린이도서관 앞에서 진행되었다.

  몇 개의 널빤지를 깔아 놓고 청소년들은 북을 치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무대는 출연진이 모두 설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고, 격한 동작에는 무대가 흔들렸다. 그래도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했던 청소년참여위원회 친구들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끼를 뽐낸 청소년도 모두 즐거워했다. 아마 많은 친구가 느꼈을 것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2017년 나는 고3이 되었다.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소위 입시 준비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학생회장을 하며 속된 말로 설쳤기에 그리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학교 밖을 벗어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외부 시선이 두려웠다. 하여간 온갖 번뇌에 사로잡혀 마구니가 가득 찼던 나는 보기 좋게 서울권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부산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끝인 줄 알았던 기장군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공연 위주의 축제도 좋지만, 모니터링단, 사진촬영단 등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서 진정 청소년이 전반적인 행사 기획부터 진행까지 책임지기를 바랐다. 감사하게도 2018년 3회 1318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은 정말 많은 청소년의 참여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지자체장, 의회 의원, 지역 여러 단체장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자체 예산이 적은 탓에 청소년이 원하는 연예인, 무대 설치도 버거웠지만, 내실화된 행사를 진행하니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지역 어른들이 먼저 찾아주시며 협업하게 되었고, 단순히 청소년이 놀고 즐기는 행사가 아닌 세대가 소통하는 축제로 성장했다는 평을 받았다.

  2019년 4회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추진하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약속이 있었다. 지속 가능한 청소년 활동과 보다 많은 청소년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지자체의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 활동을 세세히 기록하고 인수인계하되 더 이상 기장에서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비롯한 청소년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나만의 약속이었다. 언제까지 내가 청소년일 수 없는 탓에, 청소년 주도의 놀이 문화 여가를 만들겠다는 행사의 취지를 위해서라도 나는 더 이상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추진도, 관여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대신 관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인 청소년 참여와 봉사 활동 등을 추진해보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내가 목표했던 바는 김빛샘(2기), 이승은(3기) 단장과 지역 청소년 340여 명 등을 만나 지역사회 자율형 청소년봉사활동 네트워크 ‘기장군청소년봉사단’으로, 박상민(2기) 대표와 11명의 부산 청소년으로 자율형 청소년정책싱크탱크 ‘청소년정책부대’ 등으로 실현되었다. 현재는 그 맥이 이어지고 있지 않기에 결과적으로 실패가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2~3년간 ‘기장군청소년봉사단’과 ‘ 청소년정책부대’는 유기적인 청소년 결합 하에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2022년, 바야흐로 24살. 더 이상 청소년기본법상 난 아직 청소년인데요라고 이야기하며 청소년으로 청소년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청소년 주도적 참여 활동 장려를 옥죄고, 어쩌면 리더의 역할을 실현할 수 있는 청소년의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 탓인지, 결과적으로 눈에 드러나는 장점이 없는 청소년 활동의 외연 한계 탓인지, 지역에서 청소년 활동을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장려하는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기장군청 인재양성과에서 사회복무요원을 하게 된 나는 또다시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추진하고 있고, 보기에는 그럴듯한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 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를 신뢰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아직 내가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추진하며 청소년 주도의 놀이·여가 문화 축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다.

  특히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시고자 하는 학계의 관계자 분과 회의를 가질 때면 공통적으로 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① “내년에는 어떤 청소년이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주축이 되어 추진하는 건가요?”

②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추진하는 청소년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나요?” 등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19년도 4회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추진하면서 나름대로 인수인계하기 위해 프로그램별로 팀장을 선발하고, 실질적으로 행정 업무와 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청소년 기획단을 꾸렸지만, 올해는 그런 조직이 현재 없다.

  청소년 공연팀, 부스 운영팀, 사진 촬영팀 등을 모집하는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 추진위원회 참가자 1차 모집 당시 청소년 축제 기획단도 별도로 모집하고 싶은 마음은 컸으나 솔직히 그 청소년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너무나도 없었다. 청소년이 실질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활동을 기획 추진할 수 있다는 그 기회가 나는 곧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했으나 받아드리는 청소년들에게는 단순한 열정과 맨땅에 헤딩만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청소년들과 만나며 라포 역시 형성해야 하는데 한정된 기간에 갑작스러운 공통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 자체적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며 청소년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수렴하기 위해 만든 단톡방과 개인톡에 의존하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이라도 청소년이 바라는 행사의 추진 방향과 세부 사항을 기획할 때 쾌감을 느끼지만, 불편한 마음은 썩 가시지 않는다. 주도적 청소년 활동 추진의 병폐가 곧 나이자, 지속 가능한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 추진을 위한 제도적 마련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곧 나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청소년이 분개한 목소리로 청소년참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이유에 관해 설명하라고 한 적이 있다. 청소년 참여 활동 사례 중심 강연이 끝나고 Q&A 시간에 지속이 가능한 청소년 참여 활동을 위한 최우선의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인터넷으로 찔끔찔끔 살펴본 서울특별시 노원구, 전라북도 군산시 사례 등과 함께 여러 해결 방안이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불편한 내용을 회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작성한 정관소식 칼럼 ‘청소년 활동,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의 고민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2023년 6회 1318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른다. 축제 총량제라는 제도로 5년간의 짧은 역사와 함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고, 수많은 청소년 사업 중 손이 많이가는 계륵에 불과한 사업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이 청소년 주도하에 매년 발전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도대체 ‘청소년 주도’와 ‘발전’을 한정지어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 역시도 청소년과 함께 고민하며 방향성을 찾고 싶다.

  할로할로 청소년어울마당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지원하는 청소년들이 넘쳐나고, 민·관·학에서도 행사의 규모와 결과보다 더 과정에서 청소년의 성장과 체험을 응원하며 적극 지원하기를.

주제넘는 나의 고집과 아집일지라도 그렇게 사람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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