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도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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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도 부채
  • 정관소식
  • 승인 2022.07.04 10:41
  • 조회수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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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약속도 지킬 수 없다면 하지 않는 것이 상책=

  코로나19로 인하여 2년여 동안 금지되었던 모임이 지난 5월부터 완화된 이후 요즈음 부쩍 모임이 많아졌다. 그런데 약속장소에 가보면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모임 때마다 늦게 오는 사람도 있다. 먼저 참석한 사람들은 “누구누구는 왜 못 오나?, 어디 아픈가?, 혹시 코로나라도 걸렸나?”등 상당히 신경을 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 사회는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함께 살아가려면 그 사회를 규범 하는 제도가 있어야 하고, 우리는 그 틀 속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약속을 맺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며 산다. 가족과의 약속, 친구·동료와의 약속, 거래처와의 약속, 이웃을 비롯한 공동체와의 약속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과의 약속도 맺으며 산다. 어찌 보면 세상사 모두가 약속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약속은‘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두거나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으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약속은 쌍방 간 믿음의 기초가 되는 신뢰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약속은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약속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약속은 쉽지만 지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속담에는‘많은 약속을 하는 자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고, 영국 속담에는‘약속은 친구들을 얻게도 하지만, 불이행은 친구들을 원수가 되게도 하고, 약속을 잘 하는 사람은 잊어버리기 쉬운 사람이다’라는 말도 있다. 또 나폴레옹은‘약속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동양고전에도 이에 못잖은 말들이 있다. 공자가 ‘식(食)과 병(兵)을 버리더라도 신(信)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나, 중국 춘추 시대에 미생(尾生)이라는 자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홍수에도 피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익사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고사도 있다. 동서고금 모두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정한 법률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관련되는 사람이나 조직체 사이에서 서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 맺는 계약이나 정치적 합의처럼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모든 개인적인 약속은 지켜져야 쌍방 간 신뢰관계가 유지 발전될 수 있다. <인간관계론>의 저자 데일 카네기의 ‘아무리 보잘것없는 약속이라도 상대방이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신용과 체면도 중요하지만, 약속을 어기면 그만큼 서로의 믿음이 약해진다. 그러므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라는 말도 이에 다름 아니다. 아랍 속담에는‘사람은 그가 흘린 땀과 그가 하는 약속으로 그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하여 사람의 평가지표로 삼는다는 사실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일상을 돌아보면 친구, 직장 동료, 이웃, 가족 간 약속의 대다수는 만남을 합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약속을 구두로 할망정 그 의미는 계약서를 주고받는 것에 못지않다. 우리는 친한 사이나 자녀들과 약속을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맞대며 소위“도장 찍자”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는 평소에‘언제 한번’이라는 약속의 말을 자주한다. 언제 한번 만나자, 언제 한번 술 한 잔 하자, 언제 한번 점심 먹자는 등... 이런 말을 남발하면 실없는 사람이 된다. 만나야 한다면 미룰게 아니라 지금 바로 약속을 잡고, 그렇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하는 순간부터 부채가 된다. 때문에 그 부채를 갚을 자신이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부모가 어린 자녀와 예사로이 내뱉은 약속도 이와 같아서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녀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 밖에 더 되는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를 잃게 된다. 부모와 자녀와의 약속은 신뢰이자 믿음이고, 사랑인 것이다.

  약속은 남하고만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자기와 한 약속도 중요하다. 우리는 새해가 밝아오거나 어떤 계기가 있을 때 무엇 무엇을 하겠다며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가 작심삼일(作心三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또한 경계해야한다. 스스로에게 신뢰를 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의미임을 명심해야 한다.

  신뢰는 인간이 가진 가장 향기로운 품성 중의 하나다. 신뢰는 약속을 지켜야 싹이 트고 자란다. 신뢰의 밑거름이 되는 약속. 그 약속이 굳건히 지켜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빛날 것이다.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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