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배우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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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배우는 인생
  • 정관소식
  • 승인 2021.11.01 14:32
  • 조회수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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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두는 바둑처럼 인생도 즐겁게 사는 게 최선 =

  2020년 정초부터 지구촌을 엄습한 코로나19로 인하여 집콕이 길어지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이것저것 검색도 하고, 게임즐긴다. 그중에서도 온라인바둑을 즐기는 시간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직접 대국을 하기도 하고, 관전을 하기도 한다. 바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리나라 고유의 재래식 바둑인 순장(順將)바둑을 배웠다. 여름방학 때 시원한 나무아래 마주앉아 대국을 하는 형님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어 어깨너머로 배웠.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이 바둑판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지인과 기원에 나가 두곤 했지만, 요즈음 온라인상에는 바둑을 두고자 하는 사람이 밤낮없이 넘친다. 심지어 국경을 초월하여 가까운 중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먼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접속해 들어온. 상대가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 코로나로 인한 실직자이거나 바둑을 배우는 학생일 수도 있고, 자녀를 학교에 보낸 후 심심해진 아줌마일 수도 있다. 상대가 누구이말은 통하지 않아도 짧게는 2~30, 길게는 1~2시간을 온라인 저편의 상대방과 비대면 대국을 벌이는 것이다. 바둑은 서로 마주 앉아 둬도 말이 필요 없는 경기이다. 로 상대하여 말이 없이도 의사가 통한다는 뜻에서 수담(手談)이라고도 한다.

 

  흔히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 한다. 한 판의 바둑은 사람의 일생과 닮았다. 바둑이나 인생도 선택의 연속이다. 성패를 가름할 결정적인 선택도 있지만, 자질구레한 선택도 있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판이나 길을 걷게 된다. 지난 후 복기나 회상을 해보면 고비마다 아쉬움이 남는 건 바둑이나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바둑에도 인간사와 같이 희로애락이 펼쳐진다. 판의 흐름이 잔잔하다가도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고, 과욕을 부리다가 대마가 몰사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상대의 실수로 일확천금을 얻을 때도 있다. 악수가 변하여 행운의 수가 되기도 하고, 잘못된 한 번의 선택으로 대세를 그르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전부를 걸고 모험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가로·세로 19, 361칸의 바둑판에서 온갖 머리를 굴리며 싸우는 흑백간의 전투80여년 안팎의 인생길에서 숨 가쁘게 펼쳐지는 우리네 삶을 연상케 한다. 바둑에서 초반 포석이 승패의 중요한 갈림길이듯 인생에서도 청소년기를 어떻보내느냐에 따라 그 인생이 결정되는 것도 흡사하다. 돌들이 끊어질 듯 교묘하지는 바둑과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인생도 닮은꼴이. 다만, 바둑새롭게 다시 둘 수 있지만 인생은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는 점이 다르면 다르.

 

  인생에 격언과 속담이 있듯이 바둑에도 명심해야 할 비결이 있다. 위기십(圍棋十訣)이 대표적이다. 욕심내지 말 것, 상대의 경계에 들어갈 때에는 기세를 누, 공격하기 전에 자기의 결함을 살필 것, 버릴 것은 버리고 선수를 잡을 ,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노릴 것, 달아나도 잡힐 것은 버릴 것, 함부로 움직이지 말 , 완급을 보아서 응수할 것, 상대가 강하면 수비에 힘쓸 것, 고립되었을 때에는 화평책을 쓸 것 등 열 가지를 말한다.

 

  바둑을 배우면 얻는 효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바둑에서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이 예절이다. 바른 자세와 행동, 그리고 상대에 대한 예의는 바둑을 두기 위한 기본이며 바둑을 가르치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바둑을 두다보면 원만한 대인관계가 구축된다. 바둑은 외면상 상대방과의 싸움이지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상당한 인내력도 쌓게 된다. 또한 집중력이 좋아져 공부하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요즘 아이들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과 함께 자라세대라 한 가지 일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바둑은 인류가 만든 최고의 두뇌게임으로 그 어떤 게임보다 흥미로워 바둑을 둘 때는 전혀 다른 일에 신을 쓰지 않고 집중하게 된다. 바둑 한 판을 둘 때 보통 200수 이상을 두게 되는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어 굳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저절로 집중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 바둑은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바둑에는 복기(復棋)하는 과정이 있어서 자기가 둔 ()에 대해 반복적인 평가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둑이 두뇌의 구조적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2007년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바둑은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고 순리에 맞는 수를 둬야 한. 그렇게 두면 지고도 즐거운 한 판의 바둑이 된다. 바둑을 즐기기로 했다면 꼭 이겨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인생도 이와 같이 즐기면서 사는 게 최선 아닐까. 그래서 누군가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노래했으리라.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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