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기안84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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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기안84들을 위하여
  • 정관소식
  • 승인 2021.08.30 13:09
  • 조회수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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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애청자이다.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를 보면 왠지 모르게 연예인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것 같아서 신기하면서 반갑다.

 

 그렇게 나 혼자 산다에 열광하던 필자는 기안84의 에피소드를 처음 접했고 그 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혜성처럼 등장한 기안84의 행동은 기인 그 자체였다. 집 없이 회사에 기생하는 만화가, 공용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는 휴지로 닦는 게 일상인 그의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만화가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독자의 약속인 마감일은 자주 늦고, 잦은 실수 탓에 사과를 거듭하는 모습은 TV 속 유명인들의 모습과는 달라 안쓰럽기까지 했다. 필자는 그를 실제 뵌 적도 없고 웹툰도 보지 않으니 지금 행하는 말들이 결례일지도 모르지만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 그를 보면서 세상에 저런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일상에 보다 깊이 들어갈수록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꼈다. 벼락치기를 매주 진행하며 창작의 고통과 함께 마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기안84를 보면서 오늘의 일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면서 행동은 미루고 마음은 불편해하는 나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늦은 밤 집에 들어와 적막을 벗 삼아 인스턴트를 먹다가 외로움에 예능을 우두커니 보는 그의 모습이 짠하다기보다는 그래! 저게 혼자 남았을 때 진짜의 모습이지라고 공감을 하곤 했다. 우리는 어쩌면 미디어를 통해 지금까지 가공된 일상을 접해왔으며 나조차도 SNS에 가공된 하루를 보여주며 행복함을 강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안84는 태어난 김에 살지도, 기인도 아니었다.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모두 처음이라 서툴지만 그 누구보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가 웹툰에 투자하는 수많은 시간과 뛰어난 재능,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을 폄하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남들과 달랐기에 그가 분명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 중 한 명이 되었지만 완벽하지 않았기에, 또 내일 실수하고 넘어질 것 알기 때문에 꿋꿋이 목표한 바를 성취하기 위해 달려가는 그야말로 일상의 우리의 모습 아닐까

 

 생각해보면 필자 역시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 화려한 조명 아래서 춤을 추고, 값비싼 음식을 먹으며 여행을 다니는 모습에 열광했던 것이 아니었다. 좌충우돌 유명인도 실수하고, 좌절하며 외로움에 지쳐 상념에 젖는 모습에 진심어린 공감이 일어났기에, 그 공감에서 비롯된 동질감에 애청자가 된 것이었다.

 

 다소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조금씩 나아가 정상에 오른 기안84 그러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상념에 젖는 기안84, 어쩌면 지금 나와 너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데 주눅 들고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정상을 향해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우리 모두 외치자. 이 시대의 기안84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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