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활동,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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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활동,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 정관소식
  • 승인 2021.08.02 09:26
  • 조회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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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도 어느덧 23살, 부정하고 싶지만, 이제는 취업을 걱정할 나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독립했다고 생각하지만, 경제적 독립은 아직 꿈만 같은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님이 작아져 보인다고 하는데 그들의 그림자가 유난히도 길어진 듯한 요즘, 대한민국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임을 깨닫는다.

 혹자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필자가 정치인을 꿈꾸고 활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던지고는 하지만 해당 활동들은 공익 실현에 관심이 있는 필자에게 자아실현의 방법의 하나이자 별다른 취미가 없는 필자에게는 즐거운 활동일 뿐.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역의 좋은 분들을 만나 소통하고 사소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을 때 본인은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나 경제적인 요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필자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필자의 강점과 흥미를 살려 적어도 타인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 별다른 기술이나 뚜렷한 특·강점을 지니지 않은 필자도 미래의 본인을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취해야 하며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할 때가 왔다.

 한동안 등한시했던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했던 다양한 활동들을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한다. 특히 소소하지만, 의미 있게 진행한 청소년 활동들을 필자가 주도해서 진행하기보다는 다른 청소년이 의미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풍토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필자가 청소년일 수는 없는 법. 그리고 특정 누군가가 지속해서 활동을 주도하는 것 역시 함께 활동하는 청소년의 성장을 저해하는 일, 이에 필자는 2021년부터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청소년 활동이 더 함께 활동한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지역사회 청소년들이 문제 유발자가 아닌 해결자로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2019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자율형 청소년 봉사활동 네트워크인 ‘기장군청소년봉사단’도, 청소년의 관점에서 지역사회 청소년 정책을 바라보고 청소년 활동을 논하는 자율형 청소년 정책싱크탱크 ‘청소년정책부대’도 함께 활동하며 가치관을 공유했던 청소년들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중압감을, 보상 없이 열정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더 나아가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내년에도 이 활동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떨쳐낼 수가 없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벌여 놓은 일, 변명과 함께 끝내 책임질 수 없으니 누군가에 떠맡기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맴돌 때가 많다.

 실제 청소년 활동을 함께 해왔던 많은 청소년은 더는 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학생이 되어 본인이 더는 청소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었고,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없는 활동에 의구심을 지니고 그만둔 분도 계셨다. 무엇보다 시간과 열정은 비교적 많이 소모되나 별다른 보상을 받을 수 없는 해당 활동에 단순 열정만을 요구한다고 역정을 내는 분도 계셨다. 정치인을 꿈꾸고 청소년 활동을 시작했던 분들은 정당 활동을, 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싶었던 분들은 청년 활동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었던 분들은 타 대외활동에 발길을 돌렸다. 후기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청소년 활동을 하는 분은 대체로 진로와 연계된 분들이었다.

 실제 청소년 활동을 진행할 때 프로그램을 주도해서 진행하는 청소년들에게 여간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을 넉넉히 확보한다고 한들, 활동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끄는 그들에게 회의비의 명목이나 참여 수당을 줄 방안이 없다.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우리가 하는 사소한 일이 비교적 어린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들 역시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서 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종종 청소년 활동 관련 강의가 들어와 사례 중심 청소년 활동을 이야기할 때 그 허탈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하는 다양한 청소년 정책 및 사업을 나열하면서 경험해본 적, 아니 적어도 들어본 적 있냐고 물어보면 모두 고개를 기우뚱할 뿐. 필자가 느끼기에 청소년은 갈수록 지역사회와 멀어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지역사회 연계형 청소년 활동은 선택지에서조차 없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은 지역에서 성장해야 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부르짖으며 일자리가 시급한 청년들에게 단순히 지역에 머물러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건 이미 늦은 일이다. 유년 시절부터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마을과 성장한 청소년이야말로 진정 청년이 되었을 때도 지역사회의 주체자로 성장할 수 있으며 학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풍부한 경험을 한 청소년이 더욱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프로그램 계획서를 꾸역꾸역 적어 사업비를 확보해 활동을 진행하려고 해도 함께 할 청소년이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공익 실현의 명목으로 활동을 권유할 자신도 없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계속 청소년일 수는 없겠냐는 합리적인듯한 눈가림으로 슬슬 발을 빼고 있는 필자의 모습에 필자도 부끄러울 뿐.

 그런데도 청소년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하고, 주도적 청소년 활동은 진흥되어야 한다. 특히 단기적인 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청소년 활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기성세대들도 청소년을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활동을 진흥하고 지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주면 좋겠다. 청소년 활동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바로 사람이다. 필자는 여전히 청소년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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