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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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과 덕담
  • 정관소식
  • 승인 2021.02.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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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의 덕담을=

  며칠 있으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다. 설날은 단오, 추석, 한식과 더불어 4대 명절의 하나이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는 새해를 여는 정월 초하룻날이어서 그 의미가 더 깊다. 우리가 지난 1월 1일부터 예사로이 사용해 온‘신축년 새해가 밝았다’는 말의 실질적인 시작점은 2월 12일 설날부터이다. 경자년이니, 신축년이니 하는 육십갑자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양력이 아니라 음력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확히 경자년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음력을 사용해왔다. 그러던 우리가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95년께로, 일본의 강압에 의해서였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때에는 우리 고유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설인 양력 1월 1일을‘신정’으로, 우리의 설인 음력 1월 1일을‘구정’으로 여기도록 억압했다.

  설날의 어원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처음 가보는 곳은 낯선 곳이고,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선 사람인 것처럼 설날 역시 처음 맞이하는‘낯 설은 날’인 까닭에‘설다, 낯설다’의‘설'에서 그 유래를 찾는 이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 해가 지나감으로써 점차 늙어가는 처지를 서글퍼하는‘서럽다’는 뜻의‘섧다'에서 왔다고 하는 이도 있다. 또 다른 유래로는 설날을‘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가는 날’이라는‘신일(愼日)’이라고 한 데서 찾는 이도 있다. 즉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여긴 것이다.

  설날이 되면 우리 모두가 고향을 찾는 것은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귀소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그 농도를 짙게 드리우는 것이 고향이다. 고향에는 한없는 사랑으로 가득 찬 부모님을 비롯한 그리운 얼굴들이 있고, 어린 시절 즐거웠고 해맑았던 자신의 모습이 서린 향수와 추억이 녹아있는 곳이다. 몇 시간이나 걸리는 귀성길 정체를 참아낼 수 있는 것도 고향이 주는 설렘과 가족을 만날 때의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설날에는 정성껏 준비한 제수를 차려놓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 후 웃어른들께 세배를 하며 덕담을 주고받고, 떡국을 먹는 것은 어느 집안에서나 하는 풍속이고, 윷놀이·종정도놀이·널뛰기·연날리기·고싸움놀이·차전놀이·줄다리기등의 세시풍속은 가정마다 마을마다 매우 다양하다. 그중 뭐니 뭐니 해도 설날의 꽃은 덕담(德談)이 아닐까 한다. 오가는 덕담 속에는 인간만이 느끼는 따뜻함과 넉넉함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덕담이란 사전적으로‘남이 잘되기를 비는 말로, 주로 새해에 많이 나누는 말’로 되어 있다. 하지만 말하는 이는 덕담이라고 하지만, 듣는 이가 느끼는 불쾌한 말 한마디는 명절 분위기를 흐리고, 명절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쉽고 익숙하게 나누지만 정작 덕담 예절을 갖추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입장에서 상대편의 말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덕담은 기본적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랫사람이 절을 하면서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말하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는다. 절 자체가 인사이기 때문이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덕담이 있은 뒤에 말로 인사해야 순서가 맞다. 아무 말 없이 세배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세배를 하기 전에“절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은 괜찮다. 또 아무리 윗사람의 덕담이라도 듣는 사람의 나이와 처한 상황에 따라서는 듣기 싫은, 즉 악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한 결혼 정보 회사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30대 미혼 남녀 과반수가결혼 이야기가 가장 듣기 싫었다고 응답했으며, 중학생은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직장이 없는 중장년층에게는 취직 이야기였다고 한다. 또한 외모에 관한 이야기나 살 빼기, 아기가 없는 부부에게 출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삼가야할 말이다. 젊은이가 어르신에게 “만수무강 하세요!”라거나 “오래도록 사세요!”등의 말도 삼가야 좋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달리‘내가 그렇게 늙었나?’라거나‘벌써 건강을 걱정할 만큼 늙었나?’라는 서글픔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경우라면 다소 식상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거나“올해는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라는 평범한 덕담이 좋다. 본전도 못 찾을 덕담이라면 아예 안 하는 게 좋은 것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라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우리 모두는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에 몸과 마음마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이런 때일수록 말 한마디가 매우 중요하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던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덕담 한마디가 필요하다. 따뜻한 덕담 한마디는 분명 듣는 이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을 용광로가 될 것이다.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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