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을 맞이하며
상태바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하며
  • 정관소식
  • 승인 2021.01.12 10:15
  • 조회수 16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로 코로나19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전염병 때문에 시계바늘을 돌려서라도 빨리 보내고 싶었던 2020년은 어느덧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해가 밝았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다. 신축년은 육십갑자의 서른여덟째로 소띠 해이다. 소는 돼지, 닭 등과 더불어 인류의 역사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가축으로 성실하고 우직한 이미지를 풍기는 동물이다. 산업화 이전에는 주로 논밭에서 쟁기를 끌기도 하고, 달구지를 끌며 짐을 나르는데 이용되었다. 또한 소는 시골집의 재산목록 1호였다. 많은 돈이 필요할 때면 키우던 소를 우시장으로 몰고 가서 현금화했고, 자식의 학비 조달을 위해 소를 팔아 등록금으로 충당했기에 대학을 상아탑(象牙塔)이 아닌 우골탑(牛骨塔)으로 불리게도 했다. 한편으로는 전통적 씨름판에서 우승자의 상품으로 황소를 내걸어 선수와 관객의 군침을 돋우기도 했으며, 때로는 투우나 소싸움을 통해 저돌적인 투지와 지구력을 보여주어 사람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특히 우리 민족은 소가 ‘부(富)와 명예를 불러오고 화(禍)를 막아주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에 소를 생구(生口)라 하여 한 식구나 다름없이 소중히 여겼다. 그래서 겨울밤이면 외양간을 자주 들여다보고 건강을 돌보는 한편, 추위에 떨까 봐 소의 등에 덕석을 덮어 주기도 했다. 이른 새벽에는 소죽을 끓여 사람보다 먼저 먹게 했으며, 소죽에는 콩이나 비지 따위를 섞어주어 살찌게도 했다. 또한 예로부터 나라에서는 소의 발굽으로 국가대사를 점치기도 하였으며, 종묘제례나 고사를 지낼 때 제물로 제상에 먼저 올렸다. 이런 연유로 ‘희생(犧牲)’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희생(犧牲)이란 한자를 파자해 보면 두 글자 모두 ‘소 우(牛)’자를 부수(部首)로 하고 있고, 희(犧 : 사랑하여 기르다)와 생(牲 : 제사에 쓰이는 가축)이라는 한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천지신명 따위에 제사 지낼 때 제물로 바치는 산 짐승’또는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이 희생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과거 농경시대에 소가 없었다면 농촌에서는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우유를 얻기도 어려웠을 것이며, 죽어서는 고기를 제공해 주는 정말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는 ‘소는 버릴 것이 없다.’고도 했다. 이렇듯 소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오늘날은 농기계의 보급으로 농업 등에 이용되는 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육용을 목적으로 한 사육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우리민족과 함께 한 소를 그림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우리 민족 깊숙이 자리매김 하고 있는 사찰이다. 사찰의 법당에 가보면 가장 많이 대하는 벽화가 심우도(尋牛圖)인데, 그 그림 속에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소와 어린아이가 그려져 있다. 즉 심우도는 인간이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선화(禪畫)를 말하는데, 수행단계를 10단계로 하고 있어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선화 속의 소를 가만히 살펴보면 처음에는 검은색이었다가 차츰 흰색으로 변해 간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흰옷을 즐겨 입는 백의민족이었고, 올해가 마침 흰 소띠 해여서 무언가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희망의 불빛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난해인 2020년도도 하얀 쥐띠 해라 하여 무한한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건만, 코로나19로 인하여 빨리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지독한 한해로 기록됐다. 아직도 그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것은 의료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물건을 나르는 택배기사들을 비롯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모든 불편을 감내하면서까지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적극적 협조 덕분이다. 그래도 우리의 앞길은 암울하기만 하다. 동절기를 맞아 코로나19가 더 극성을 부리고, 외국에서는 지난 해 12월부터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보다 전파 속도가 몇 배나 빠른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움츠리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 새해를 맞아 코로나19라는 긴 터널 속에서도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설 희망의 씨앗을 다시 키워나가야 할 때다. ‘우보만리(牛步萬里)’라 하여 소걸음이 느려도 만리를 간다고 했다. 오늘날 불신과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조금은 느리더라도 서두르지 않는 여유를 갖고 우직한 소처럼 한 걸음 한걸음 꾸준히 걷는 것이 중요하다.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상호 배려를 바탕으로 희생정신을 발휘하면서,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맡은 바 소임을 우직하고 성실하게 수행해 나간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리라 믿는다.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아 모든 분야에서 활력이 넘치는 신축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부구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