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응원] 오늘도 고생 많았어.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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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응원] 오늘도 고생 많았어.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 정관소식
  • 승인 2020.11.16 09:48
  • 조회수 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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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를 겪고 있는 고3에게 수능 대비 칼럼을 요청 및 작성하기까지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써왔던 칼럼, 기고와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그들에게 필요한 말은 무엇일까?’

이맘때가 되면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입시 전문가들의 글이 다양한 언론, 소식지에 실립니다. 저는 입시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도 지니고 있지 않기에 지금 제가 쓴 글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자 한 분들은 이 글을 지금부터 그만 읽어도 좋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서사적이며 그저 묵묵히 당신의 길을 걷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감히 해주고 싶어 조심스럽게 적어 내려갑니다.

초등, 중등 시절 저는 공부를 무척이나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진취적이었으며 성취 욕구가 강하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뛰어나지 않음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에 한 걸음 먼저 더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학업 성취도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인가를 할 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저를 지치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마음에 솟아나는 알 수 없는 자신감과 끝없는 도전은 저를 조금씩 성장시켰으며 그렇게 저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 시절이었습니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기준에 타인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 바라보면 참으로 경박스러운 생각이었습니다. 실제 저는 욕심은 많지만 그다지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쌓여가는 수많은 학습을 따라가기 벅차한 저는 솔직히 친구들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저의 모습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분명 저의 선택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였기 때문이죠. 매번 반복되는 다짐과 달리 몸과 마음은 따라주지 않았고 결과 역시 제가 바라는 바를 성취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꾸준히 받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달은 저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발분망식하였어야 했으나 그러하지 않고 단순히 후회만을 벗 삼았기에 지난날에 부끄러웠던 시간이 없지 않아 존재합니다.

정상적인 공교육을 밟아온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공부를 잘하든, 공부를 열심히 하든 수능을 앞둔 모든 수험생은 ‘마음에 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지각색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한 가지 기준으로 1등부터 줄을 세우려고 하니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마음이 편할까요?

그래서 저는 당신이 수능 몇 등급이든 그저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음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고 싶으며 기대고 싶은 당신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싶습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당신이 어느 곳에 있던 주눅 들지 말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대학을 입학하면 황홀한 일들의 연속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지난 3년간 대학을 다녀보니 결국 대학도 고등학교의 연장선으로, 배움과 끝없는 경쟁의 연속입니다. 분명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고 준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지 못하면서 내일의 기쁨만을 위해 분노, 걱정을 삭히며 살아가기에는 오늘이라는 시간, 당신이 지닌 청춘이 너무 아깝습니다.

10여 일이 남은 지금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하지 않는 모습으로 후회와 자책을 밤을 지새우고 있나요? 아니면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있나요? 지난날들이 후회로 가득 찬 날들이었다면 앞으로 주어진 시간에는 당신이 선택한 하루를 보다 행복하고 자신 있게 보내기를 바랍니다. 비록 당신이 수능이라는 입시 제도에서 전국 4%에는 들지 못하더라도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그 누구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미성숙하거나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의 선택으로 정해지는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기 바라며 남은 10여 일 이왕 주어진 길을 선택해서 걸어가고 있는 당신이라면, 걱정과 후회로 그날을 맞이하기보다는 묵묵히 나에게 집중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나아가세요.

수능이 끝나고 서울에서 맞이한 첫눈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마치 강아지가 뛰어노는 것처럼 저 역시 미친 듯이 눈을 맞으며 동네를 한 바퀴 거닐었습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무거운 짐은 이제 잠시 내려놓고 후회와 한탄보다는 당신의 선택에 의한 결정으로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기 바라며 제가 감히 수험생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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