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하면 처벌이 가벼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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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하면 처벌이 가벼워질까
  • 정관소식
  • 승인 2019.11.14 13:41
  • 조회수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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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버린 혐의를 받는 A씨가 체포되었다. 그러면서 A씨가 종로경찰서에 가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을 먼저 찾아갔으나 당직 근무자가 그냥 돌려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해당 경찰서 근무자는 자수하러 간 사람을 돌려보냈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의 경우 사회적으로 무척이나 큰 이슈가 되었기에 이렇게 관계자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나섰지만, 실제로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얼마 전 보이스피싱 범행 조직에 속아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받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이체한 한 의뢰인을 상담하게 되었다. 이분의 경우 다행히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받아 다른 사람에게 이체해 주었기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는 받지 않았지만, 자신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되었기에 사기 방조의 혐의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이스 피싱 범행의 경우 일부 가담한 사실만 확인되어도 징역형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히 처벌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므로, 자신도 억울하게 이용당한 것이지만 공범의 혐의를 받게 되고, 결국 경찰,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의뢰인도 사건 직후 자신의 행위가 문제 소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즉시 경찰서를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곧 연락이 갈 것이니 접수할 필요 없고 그냥 기다리라는 취지로 안내했다고 하여 답답한 마음에 변호사를 찾게 되었다고 하는데, 변호사 입장에서는 경찰의 처사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의뢰인에게 유죄가 인정되었다면 피고인이 경찰서에 자수를 위해 찾은 사실도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사용될 수 있을 터인데, 이와 관련된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자수로 인한 혜택을 받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의뢰인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었지만, 실제로 이 의뢰인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도 받았고 만약 유죄가 인정되어 양형도 다투어야 했을 것인데, 자수를 위해 경찰서에 갔던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경찰의 처사에 아쉬운 마음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살인 후 시신을 훼손한 A씨와 위 의뢰인처럼 굳이 자수를 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수하는 사람은 모두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라 이야기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형법은 제 52조 제1항에서 『 죄를 범한 후 수사 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구체적으로 자수범에 대한 처벌 감면 근거 조항을 두고 있다. 감경이라는 의미는 형을 1/2까지 줄여 줄 수 있다는 것이고, 면제라는 것은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니 양형에 있어서 자수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또한 수사 단계에서는 도주의 위험성을 낮게 봐 구속 영장 발부 여부에도 고려될 수 있고, 법률상 감면 외에도 양형을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기에 자수를 하였는지 여부가 재판과정에서도 다투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법 조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감면이 필수는 아니다. 판사의 재량으로 감경할 수도 있고 면제할 수도 있지만, 감경 또는 면제하지 아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감경할 수도 있지만 않을 수도 있는 경우는 ‘임의적 감경사유’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재판부는 일관되게 "자수는 임의적 감경사유에 불과해 자수를 했다고 이를 양형에 반드시 참작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보고 있고, 실제로 형의 감경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위 A씨의 사례처럼 자수는 하였지만, 자수한 후 유가족에게 용서를 빌기는커녕 피해자가 잘못해서 죽였다는 식의 주장을 일관할 경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고려하여 형이 감경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어찌 되었든 이와 같은 문제는 결국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이고, 수사 과정에서는 피의자가 한 행위가 사실대로 기재되는 것이 중요하다. 피의자의 행위가 비정상적이고 그 의도가 불순해 보이더라도 일단 피의자가 자수한 이상 수사기관으로서는 그 자수 경위를 상세히 기록하고 적절히 조치하였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편의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들이 누락되는 경우가 아직도 가끔씩 보인다. 수사기관의 신뢰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원칙에 따라 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수사기관의 신뢰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선동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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