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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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인생
  • 정관소식
  • 승인 2020.07.03 11:47
  • 조회수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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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거나 힘들 때 부르는 노래는 삶의 보약이자 활력소

코로나19의 창궐로 모든 것이 위축됐지만, 그래도 국민의 관심을 끌며 잘 나가는 게 있다. 트로트다. 지상파, 케이블TV, 종편, 위성방송 등 각종 방송 채널을 막론하고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집콕’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무료함을 달래면서 위안거리를 찾다보니 일어난 일이다. 올해 중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부터 2~30대의 젊은 가수들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장·노년층의 점유물로만 여겨졌던 트로트가 젊은 세대들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트로트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한 장르로 정형화된 리듬에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준다. 가사에는 우리들의 인생살이를 함축한 희로애락이 녹아있다. 우리 인생길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봄직한 가사들로 구성되어있는 것이다.

노래는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젖먹이는 엄마의 자장가 소리에 잠을 자고, 기쁠 때 부르는 노래는 그 기쁨을 배가시켜주고, 슬플 때 부른 노래는 그 슬픔을 반감시켜준다. 가장 빠르게 저비용으로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노래가 최고다. 그래서 노래를 ‘3분 드라마’라고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은 이탈리아와 우리나라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 사이에 끼여 900여 차례나 넘는 외침을 받고도 정체성을 지켜온 민족이다. 그만큼 고난의 역사를 간직한 민족이다. 고난이 닥칠 때마다 노래는 큰 힘이 되었다. 그때 우리 조상들의 고달픈 심혼을 달래 주었던 노래들은 대체 무슨 노래였을까? 신라 시대에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진 ‘향가’가 있었고, 고려 시대에는 ‘속요’라는 가요가 있었다. 인기 있었던 속요는 모두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노래를 즐겼는지 잘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서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면서 다듬어진 노래가 ‘민요’인데, 아직도 애창되고 있는 “아리랑”이 그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일본 엔카(演歌)의 영향으로 지금의 트로트가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식민지 현실과 나라 잃은 망국의 한(恨)을 주로 노래하였으며, 해방 직후에는 해방의 기쁨을 드러낸 노래들이 대거 등장했다. 하지만 이는 곧 이어진 남북분단이라는 역사적 비극으로 인해 실향과 이별의 애환을 담은 노래들로 채워졌다. 195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등 외래문화가 급속도로 유입된 시기로 다양한 장르의 대중가요가 확산되기도 하였다. 1960년대 이후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통기타반주의 대학가요가 새로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감각의 노랫말과 선율·박자로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보면 노래는 바로 우리 삶의 정서를 대변한다. 고달프고 궁핍할 땐 노래로 위안을 받고, 기쁘고 즐거울 땐 신바람이 나서 또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래는 그 시대의 거울이자, 문화이고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겐 틈만 나면 노래하는 한국인 DNA가 있다. 흥이 나거나 무슨 기분에 도취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부르는 ‘콧노래’가 있고, 지게를 지고 가면서 작대기로 지게 발목을 두들기며 한 곡조 뽑는 ‘지겟다리 한 곡조’도 있다. 부담 없이 노는 술자리, 특히 신랑방 등에서 개다리소반(小盤)을 두들기며 노래하는 ‘젓가락 장단’도 있고, 부녀자들이 베를 짜면서 부르는 노동요인 ‘베틀가’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막집 등에서 막걸리 한 잔에 흥이 겨워 부르는 ‘막걸리 타령’이 있는가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설움에 겨울 때 아낙들이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눈물겨운 시름을 달래며 죄 없는 부지깽이만 가지고 토닥거리는 ‘부지깽이 타령’도 있다. 좀 실수를 해도 흉허물 잡힐 것이 없는 그런 흥겨운 놀음장소에서 북이나 장구는 없고 하니 자신의 배를 떡떡 때리면서 부르는 ‘배꼽장단’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 조상들이 일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노래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으로 힘든 노동의 노고를 위로 받았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노래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오락적 기능이다. 노래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기분은 안락하고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표출기능을 들 수 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표현의 욕구가 있어서 이미 만들어진 노래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서 부르는 것도 개인적인 감정상태의 우회적 표출인 것이다. 이와 같은 기능은 교육적 기능과도 연결된다. 노래로써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지향하는 가치를 위한 행동규범을 제시하기도 한다. 노래는 화합의 기능도 가진다. 그 노래에 참여함으로써 생기는 동류의식과 여럿이 같은 노래를 함으로써 가지게 되는 일체감도 생성된다.

요즘 같이 고도로 발달된 전달매체가 없던 시절에도 노래는 입과 입을 통해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노래는 그 시대의 삶의 모습과 사고방식을 보여주기도 하고, 문화의 표출이라는 기능을 지니기도 한다. 결국, 노래는 삶의 위안이며 기쁨인 동시에 보람인 것이어서 그 자체가 인생인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금이야말로 저기압의 우울한 마음을 치유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그 역할을 노래가 해 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조 뽑아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시지 않으시겠는가.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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