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문화
상태바
갑질문화
  • 정관소식
  • 승인 2019.11.14 09:36
  • 조회수 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질은 청산의 대상
모두가 사회의 일원이라는 자각을 가져야

우리가 사는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각자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 생명체는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먹을 것이 있다면 내가 먼저, 더 많이 먹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자기중심적이고 독단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우리 인간도 그 집단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 집단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라 자칭하며 최상위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영장(靈長)이란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곧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 집단이 최상위에 위치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한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사회적’이라는 말은 경제적이기도 하고, 정치적이기도 하고, 이념적이기도 하고, 종교적이기도 하고, 권력적이기도 하고, 인간적이기도 하다는 등의 의미를 포괄하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은 이 세상을 혼자 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집단 즉, 사회를 이루며 산다. 그런 사회로서 가장 작은 단위가 가정이고, 그다음으로 학교, 직장,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사회 등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살아가려면 우선 자기가 이 사회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나아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기에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살아가도록 이끄는 제도가 교육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 등에도 한계가 있어 국가사회가 법률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는 그렇게 평등하지 못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개인 차(差)’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이 많겠지만, 소위 ‘가진 자’와 ‘권력자’ 등의 횡포도 한몫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요즈음 회자되고 있는 ‘갑질’ 이라 할 것이다.

‘갑질’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용어이다. 국어대사전에서의 ‘갑’은 ‘두 개 이상의 사물이 있을 때 그중 하나의 이름을 대신하여 이르는 말’ 또는 ‘천간(天干)의 첫째’ 등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갑’은 권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물리적인 힘을 내세우는 자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도둑질이나 노름질처럼 주로 좋지 않은 행위에 비하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질’과 합쳐 가진 자와 권력자 등의 부당행위를 묘사하는 ‘갑질’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갑질이라는 용어는 근래에 생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뿌리 깊은 갑질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병폐 중의 하나이다. 고려시대에는 무인들이 문인 출신 관리들에게 온갖 멸시와 수모를 당하여 무신정변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이 엄격했던 조선 시대에는 신분 구조의 정점인 양반의 행패가 심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소설 ‘양반전’은 귀족들의 갑질 실태를 잘 보여준다. 과거에 합격하면 온갖 재물과 노비는 물론 양민까지 맘대로 부려 먹고, 이웃집 소를 제 것처럼 사용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기 집 농사일도 시켰으며, 계집종의 겁탈도 비일비재했다.

근래에는 땅콩회항사건, 아들이 폭행을 당하자 경호원과 용역업체 직원을 시켜 보복폭행을 한 어느 회장 사건, 운전기사에게 수시로 폭언과 폭행한 또 다른 회장 사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사건, 가맹업 본부와 가맹점 간의 물량 밀어내기 사건 등을 비롯하여 직장 상사와 부하 간, 교수와 학생 간, 군대 선후임 간, 육군 대장과 공관병 간, 영화감독과 여배우 간, 고객과 판매원·승무원 같은 서비스·감정 노동자 간, 그리고 최근에는 택배기사와 아파트 주민들 간,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원 간에도 갑질 논란이 일었다. 갑질은 어느 특정한 고위층만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일상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발현되고 있는 갑질이 ‘문화’로까지 자리 잡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다.

이렇게 만연되어가는 ‘갑질’을 근절하고자 지난 2019년 7월 16일부터는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에 명시)”이 시행되어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고통을 주는 것을 금하도록 제도화되었다. 하지만 현실과 괴리되는 부분이 많아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므로 갑질문제는 타율적이기보다는 자율적인 해결 분위기가 선행되어야한다, 왜냐하면 갑질문제는 본질적으로 동등한 인격체 간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만큼 상대방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 기본적인 의무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한편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국민 평등, 특수계급 부인 등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사회의 일원이라는 분명한 자각을 가져야만 좀 더 밝고 건전한 공동체를 이룩하지 않을까.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