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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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법
  • 정관소식
  • 승인 2019.12.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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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생각으로 각자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피서를 즐겨야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이러한 지구온난화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지구의 기온은 그동안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적절히 유지되어 왔으나 최근 100년간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 상승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2배가 넘는 1.7℃나 상승하였으며, 강수량도 19%나 증가하였다. 이렇게 되면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현재보다 더 길어진다. 실제로 지난 5월 15일 15시를 기해 광주 지방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었는데, 올해는 5월 중순부터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다. 이는 폭염특보제가 도입된 2008년 이후 가장 빠른 시기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것이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며,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그리고 밤의 최저기온이 25℃ 이상일 때를 열대야라고 하고, 30℃를 넘으면 초열대야라고 한다.

특히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돼 마치 가마솥처럼 점점 더워지는‘열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더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낮의 불볕더위에 열대야 현상까지 생기면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찜통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니 걱정이 앞설 뿐만 아니라 세월이 가면 갈수록 폭염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인간이 저지른 지구온난화의 결과이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한들 더위를 피할 해결방안이 되겠는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 현명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이에 대한 대처방안의 하나가 피서(避暑)이다. 피서는 ‘더위를 피하여 시원한 곳으로 옮기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전국이 ‘열돔 현상’에 빠져 시원한 곳이 없고, 피서지로 옮겨가는 이동조차도 짜증을 부르는 행위이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예전 여름에 그렇게 많이 찾던 해수욕장과 계곡에도 찾는 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움직이지 않는 방콕이 유일한 피서 방법인데, 그것마저도 밤낮으로 선풍기와 에어컨에 의지한다는 것은 신체는 어느 정도 더위를 이겨낼지 모르지만, 정신은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면 폭염은 우리 개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폭염이 지속되면 수면장애와 스트레스 증가, 일의 능률 및 집중력 저하, 일사병과 열사병 발생, 두통·탈진·혈전(血栓) 등 고온 관련 증상 등이 나타나는 한편, 냉방을 위한 전기요금 부담 등의 부작용도 일어난다. 그래서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하계휴가 제도가 정례화되었고, 휴가 기간에 피서(避暑)를 가거나 즐기는 것이다.

피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행해져 온 행위이다. 이맘때면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暑八事)가 자주 회자되곤 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는 다산은 노년에 자기만의 독특한 8가지 피서 방법을 멋진 시로 남겼다.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빈 정자에서 투호놀이 하기, 깨끗한 돗자리 펴고 바둑 두기,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시 짓기, 달 밝은 밤에 물가에 발 담그기 등 8가지이다. 8가지 모두가 자연을 활용하며 즐긴 피서 법으로 조선시대 선비다운 낭만적인 피서법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아파트시대, 냉방기계시대에 살고 있는 요즈음 세대들에게 이 피서법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피서법은 시대별로, 개인별로 다양화되어가고 있다. 시원한 자연을 찾아 고기를 구워 먹으며 물놀이를 하던 전통 피서법을 고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의 이색 피서를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천연 바람이 나오는 동굴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 맛난 거 먹으면서 VOD 보기, 산속 깊은 사찰에 가서 템플스테이 참여하기, 운동하기, 대중탕을 찾아 사우나 하기, 시원한 카페를 찾아 친구들과 수다 떨기 등이 있으며 심지어 공포영화를 보며 피서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또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방법으로 보신탕, 삼계탕, 영계백숙 등 뜨거운 음식을 먹고 땀을 흘려 몸을 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같이 피서법은 다양하지만 정답은 없다. 어차피 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더위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의 피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인생 처방전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은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생각의 소산물이다. 무더운 올여름 또한 언젠가는 지나간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알찬 피서를 즐기지 않으시겠는가.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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