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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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이제 그만!
  • 정관소식
  • 승인 2019.12.27 15:06
  • 조회수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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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회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하였는데, 그 주요한 내용 중 하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제6장의 2를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라는 제목으로 신설하고 제76조의 2항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명문화하였다. 개정 법률안은 오는 7. 16.부터 시행되는데, 이후부터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조치 등을 담은 취업규칙을 마련해 지방노동관서에 이를 신고하여야 한다.

그러면 근로기준법 개정안, 속칭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따른 괴롭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법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포괄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라 판단한다. 이를 해석하는 기준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는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또는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을 권유하고 있고, 그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만약 가해자인 선배가 후배인 피해자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하여 말한 사건. “술자리를 만들어라”, “아직도 날짜를 못 잡았느냐”, “사유서를 써 와라”, “성과급의 30%는 선배를 접대하는 것이다” 등 반복적으로 술자리를 갖자는 발언을 하고 시말서, 사유서를 쓰게 한 사례를 통해 괴롭힘 판단 여부를 검토해 보자. 이때 행위자는 선배 직원이고, 피해자는 후배 직원이며, 이러한 행위는 사업장 내외에서 일어났다. 선배는 직장에서의 선, 후배라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술자리 마련 강요, 불응 시 시말서 작성 강요는 모두 사회통념상 상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켜야 하는데, 피해자가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와 같은 행위가 형사상 처벌될 수 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처벌이 따르겠지만, 위와 같은 지시만으로 형법상 강요죄가 인정되거나 기타 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 그 경우 따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을지 문제가 되는데, 안타깝게도 개정 근로기준법에서는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처벌 보다는 취업규칙 정비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도입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는 있다. 여러모로 ‘직장 내 괴롭힘’은 회사 내부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 이 법의 입법 취지인 것이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였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누구든지 그 사실을 사용자, 즉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사실조사를 거쳐 그러한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가 요청 시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또한, 가해자에 대하여는 징계, 근무 장소 변경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때 피해근로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가해자가 별도의 형사법 위반 사실이 없는 한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이처럼 작년 다양한 직장 내 갑질 사건으로 도입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속칭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그 취지는 훌륭했을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얼마나 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이 남는다. 사업장 자율에 괴롭힘 근절을 맡기다 보니 피해자가 사업주에게 이러한 신고를 하여도 사업주가 괴롭힘 개선 의지가 없거나, 스스로가 가해자라면 대처 방법이 무척 모호하다. 이러한 한계에서 아직 법률이 시행되기도 전인 지난 2월 가해자를 형사 처벌 하자는 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하였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당장은 사업장 내부의 자율 정화를 기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법률개정이지만, 이러한 법률 개정이 더 나은 법률안으로 발전되고 직장 내 ‘갑질’ 문화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선동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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