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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관소식
  • 승인 2019.12.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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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 달러에 걸맞은 선진 국민다운 관광면모 보일 때

며칠 전 여수 앞바다에 있는 섬 관광 때의 일이다. 이 섬은 조선시대부터 부드럽고 독특한 맛의 막걸리로 유명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됨으로 인해 최근에 이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섬이다. 산악회 회원들과 어울려 섬의 일주도로를 따라 관광을 하다가 한적한 어촌의 아담한 정자에서 각자가 챙겨온 김밥 등으로 점심을 먹고 일어서던 때였다. 족히 100여 미터 떨어진 선착장에서 어선을 손보던 한 어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우리 일행을 보고 쓰레기 버리려 여기에 왔느냐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욕설 때문에 반감이 생기다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죽했으면 관광객들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쓰레기 뒤처리 때문에 저러겠냐 싶어 이해가 갔다.

얼마 뒤 다른 마을의 길가에서 한 노파를 만났는데, 섬에 무얼 볼 것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섬사람들은 농사일이나 어업 등으로 바빠 죽겠는데, 누구는 한가하게 웃고, 떠들며 관광을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었다. 그러다가 한 상점에 들어가 그 유명하다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주인과 대화를 나누어보니 쌍수를 들고 관광객을 환영하는 것이었다. 같은 섬에 살아도 상점이나 수산물 등을 파는 사람들은 여행객을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일반 가정의 사람들은 관광객들이 버린 담배꽁초, 음식물 찌꺼기 등의 쓰레기 뒤처리와 여럿이 떠들어대는 소음 등으로 관광객을 싫어하는 양극화 분위기가 역력했다.

오늘날 관광 산업은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여 국가나 지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다. 관광객이 찾아와 돈을 쓰면,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증가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수단으로 관광지 개발에 정성을 쏟는 이유다.

그러나 관광을 통하여 현지 주민이 얻을 수 있는 수입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즈음은 교통이 발달하여 당일치기 관광이 성행하고, 캠핑문화와 음식문화가 발달하여 텐트와 캠핑카 등의 등장으로 먹거리 등을 거의 사 오기 때문이다. 그러는 바람에 이제 마을에는 조그만 가게도 하나 없고, 관광객들이 찾아오면 쓰레기만 남기고 간다고 불만이다. 게다가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은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광의 폐단을 바로잡고 관광지와 지역 주민에게 도움을 주어 지속가능한 관광을 유지하자는 방안으로 등장한 움직임이 공정(公正)관광이다. 그 내용은 관광객은 호텔이나 리조트를 이용하지 않고,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이나 식당을 이용한다. 또한, 지역 주민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또 관광지에서 예쁜 꽃이나 나무 등 농수산물을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행위는 물론 녹음기를 크게 트는 행위조차도 다른 관광객이나 지역주민을 불편하게 하는 소음공해이기에 그것도 삼간다. 이러한 절제된 행위를 통해서 현지 주민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관광 개발로 나타난 환경 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연은 우리가 영원히 가꾸어 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므로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게 해선 안 된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지하자원이나 초원, 공기, 바다에 있는 고기와 같이 모두가 함께 사용해야 할 자원을 마구잡이로 사용해 고갈될 위험에 처한 경우’를 말한다. 자연은 자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국민총소득(GNI) 2만 달러를 돌파한 이래 12년 만인 지난해 연말 3만 달러를 돌파했다.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국가 중 1인당 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국가로는 세계 7번째다.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이룩한 결과라는 점에서 자부할 만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으로 불린다. 선진국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 관광 및 레저 스포츠의 수요와 더불어 캠핑문화가 발달한다.

따라서 국민소득 향상과 선진국형 관광·레저를 통한 휴식 및 여가활동의 급증으로 국내외 관광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또 주 5일제와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고 평균수명 100세 시대로 치달으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더불어 관광산업도 자연히 성장할 것이다.

곧 피서철이다. 산과 계곡, 바다 등으로 관광을 떠날 것이다. 관광이 일상화돼가는 선진사회에서 전형적인 후진국형인 자연파괴와 쓰레기 방기, 관광지 주민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솔한 행동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걸맞은 선진 국민의 면모를 보여줄 때이다.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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