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돼지의 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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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돼지의 해를 맞이하며
  • 정관소식
  • 승인 2019.12.26 15:29
  • 조회수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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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풍요, 재복이 넘쳐흐르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2019년. 새해 새날이 밝았다. 매일 어김없이 주어지는 날이건만 새해 새날이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속에 새로운 시작과 희망, 기대들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달려있고, 일생의 계획은 어린 시절에 달려 있다고 했듯 새해 새날은 새로이 주어진 일 년의 계획을 짜거나 새로운 다짐을 하는 날이기에 남다른 감흥이 일 것이다. 학생들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할 것이고, 직장인은 열심히 일하여 승진하겠다는 기대도 할 것이다. 혼령에 접어든 청춘남녀들은 멋진 상대를 학수고대할 것이며, 자영업자·소상공인·기업인 등은 경제가 팍팍 살아나기를 기대할 것이다. 또 누구는 금연, 절주, 다이어트, 자격증 따기 등 각자가 처한 현실에 따라 각양각색의 다짐을 하며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다산과 풍요, 그리고 재복을 상징하는 돼지의 해라서 각자가 거는 기대가 더 클 것이다. 특히 올 기해년(己亥年)은 천간(天干)의 기(己)가 노란색에 해당되어 1959년 이후 60년 만에 찾아오는 길운이 깃든다는 황금돼지의 해이다.

돼지는 포유류 중에서 출산력이 매우 높은 편인데, 가축 중에서는 단연코 1위다. 태어난 지 8개월 정도가 되면 짝짓기를 할 수 있고, 임신 기간은 114일이며 보통 한배에 8~15마리를 낳는다. 20여 마리까지 낳는 품종도 있다. 발정도 1년 내내 가능해서 이론적으로는 한 마리의 암퇘지가 1년에 4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을 수 있고, 평생 200마리를 낳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다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손이 귀한 집에서는 아들을 낳으면 10세 때까지 돼지라고 부른다. 이러한 것들은 돼지가 새끼를 낳을 때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낳기 때문에 다산의 상징이 부여됐음을 알 수 있다. 또 돼지는 질병에 강하고 아무것이나 잘 먹는 잡식동물이어서 태어난 지 10개월이면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번식이 가능한 성돈(成豚)이 되어 집안 살림을 늘려 줌으로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필자의 고향 친구 가운데 한 양돈업자는 ‘신이 주신 가축’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리고 돼지꿈을 꾸면 길몽이라 하여 복권을 사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니 재복의 상징이라 할 수도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돼지가 저금통 모양을 대표하는 것도 재복의 상징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만사가 다 그러하듯 동전의 양면처럼, 자석의 양극처럼 돼지도 양면성을 지닌 동물이다. 다산과 풍요, 그리고 재복의 상징인 동시에 탐욕과 더러움의 상징이기도 하고, 온갖 비난과 폄하·조롱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돼지가 욕심 많고 더럽다는 선입견은 모두 인간에게서 비롯됐다. 개와 소, 닭 등 다른 가축도 얼마든지 욕심 많고 더럽게 비춰질 수 있건만 유독 돼지에게만 온갖 오명을 더 뒤집어씌웠다. 돼지가 욕심 많다는 건 아무거나 잘 먹는 식성을 탓한 것이고, 특히 더럽다는 누명을 씌운 이유는 돼지의 땀샘이 적은데 있다. 땀샘은 땀의 배출과 동시에 체온의 조절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돼지 몸에는 땀샘이 많지 않아 체온을 낮추려면 몸에 물 등을 뒤집어 써야 하는데, 인간이 돼지를 위해 물은 뿌려주지도 않고, 축사 안의 청소도 안 해주면서 가둬두기 때문에 돼지는 냄새가 나고 온몸이 더러워진다. 실제로 돼지는 깨끗한 축사에서는 용변도 한 곳에서만 보는 청결한 동물이다.

또 양면성을 보여주는 말로 사람을 돼지에 견주어 ‘뚱돼지’와 ‘꽃돼지’도 있다. 전자는 뚱뚱하고 욕심 많은 사람을, 후자는 귀여운 아이나 사랑스런 연인을 부를 때 쓰는 말이기도 한데, 돼지의 탐욕성과 선량함이 묻어나는 말이라 하겠다. 또 ‘돼지에 진주 목걸이’라는 속담에서 보듯 값어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물도 아무 소용없음을 이르거나 ‘돼지 멱따는 소리’와 같이 아주 듣기 싫도록 꽥꽥 지르는 소리에도 비유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돼지도 낯을 붉히겠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매우 뻔뻔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말로도 쓰인다. 이러한 양면성은 수시로 교대로 일어나는 일이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무조건 좋아할 것도 못되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마냥 의기소침하지 말라는 교훈 아닐까.

여하튼 이러한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돼지는 중요한 축산 동물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자연히 새해를 맞이하여 모두는 돼지의 해가 상징하는 다산과 풍요, 재복을 기대하며 매년 그랬듯이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지난해의 다짐을 올해는 꼭 실천하리라 새롭게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약 77%의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일주일 정도만 지키고 대부분은 다 포기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은 꼭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이번에 못하면 절대 안 된다는 절박한 의지력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작금의 주변 상황은 만만하고 녹녹하지가 않다. 새해를 맞아 신발 끈을 새로이 동여매고 힘껏 발돋움하여 모든 개인, 나아가 사회와 국가가 다산과 풍요, 재복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종덕(전 부산광역시 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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