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치료를 받았더니 소장이 날아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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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 치료를 받았더니 소장이 날아오네요
  • 정관소식
  • 승인 2019.12.09 13:54
  • 조회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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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의뢰인의 사연이다. 이분은 처음 사무실에 올 때부터 보험사에 대한 울분을 토하며 흥분해 있었다. 그리고는 보험 사건에서의 의뢰인들이 하나같이 하시는 이야기가 이어 나왔다. ‘처음 가입할 때는 고객님, 고객님 하면서 친절하더니, 보험금 지급할 때가 되자 갖은 핑계를 대고 안 주려 하고, 지금에 와서는 소송까지 한다’며 한바탕 욕을 하곤 한다. 그다음은 보통 한탄이다. 어떻게 어렵게 보험료를 납입해 왔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보험료를 미룬 적이 없는데 너무하다고 하면서도, 과연 내가 보험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울먹이신다.

보험사는 대부분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회사들이다. 직원만 수천 명인데, 그 직원들이 대부분 보험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이다. 이런 대기업 보험사에서 소송을 걸어왔으니 겁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보험사에서 왜 이런 소송을 하였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사건도 있고, 이런 사건을 겪을 때마다 보험사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소송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보험은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일정한 위험에서 생기는 경제적 타격이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다수의 경제주체가 협동하여 합리적으로 산정된 금액을 조달하고 지급하는 경제적 제도’로 정의되는데, 우발적인 일에 대비한다는 특징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이 가장 심하게 대두되는 분야기도 하다. 쉽게 말해 보험가입자들에게 보험사고 많이 생기면 보험사는 손실을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돈을 번다. 하지만 보험 사고 발생을 보험사가 통제할 수 없으니, 보험사 입장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사고율을 미리 정확히 계산하여 그에 맞는 보험금 지급을 약정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일이 완벽할 수 없듯이 보험을 만들어 팔았는데 예상외로 사고율이 높아지는 상품들도 있고, 가입자 개인의 특유한 사정으로 사고율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일이 점점 줄어들었지만, 과거 보험사 간의 경쟁이 극한에 이를 때 만들어진 상품들 중, 지금의 관점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혜자’ 상품도 존재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이지만, 고객에게는 이처럼 좋은 상품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상품을 없애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불가능하므로,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고객들의 해지를 종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묻지마 소송을 활용하는 행태도 가끔 존재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잃을 것도 크게 없다. 보통 보험사에서 처음에는 보험을 해지하면 이때까지 받은 돈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회유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넘어온다. 만약 고객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변호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설령 보험사가 패소한다 해도 소송 중에는 통상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으니 시간도 벌 수 있고, 승소 후에도 이미 고객은 지칠 대로 지친 후라 다음 보험금을 청구할 때 위축이 되기 마련이다.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이렇듯 보험사 입장을 생각하면 왜 보험사가 나한테 소송을 걸었을까 명확해진다. 물론 보험금을 부정하게 수급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일부는 소송 사기로 형사 사건화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당당하고, 잘못 한 게 없다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필요도 없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손해사정인이 되었든, 변호사가 되었든 전문가와 상의해 보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놓고 판단해 보고, 문제 될 부분이 있을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잘못이 없다면 겁먹을 필요도 없다. 비용이 걱정일 수 있지만, 승소하면 변호사비도 회수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라도 억울한 일로 생각지도 않은 송사에 휘말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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